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4>가 나와서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주요 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만들어 챕터화했는데, 이 포스팅에서는 전부 다 다루지는 않고 좀 더 흥미롭게 읽은 챕터만 요약해 정리했다.
분초사회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사회 경향을 분초를 다투며 산다는 의미로 책에서는 '분초사회'라고 명명한다.
한 마디로 '더 빨리빨리!'인데 빠르면서도 효율적이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서 개인을 위해 유용하게 쓰는 행위, 스포 포함 요약본 영상 챙겨 보기, 정보 알아내려고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쇼핑 대신, 믿고 사는 쇼핑몰 찾기 등등... 가성비가 아닌 시성비를 위한 행위는 포함된다.
무엇이 원인인가?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시간이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그러면서 개인의 시간 활용법이 다각화되고, 소위 불필요한 대기시간, 다운타임 등은 줄이고 싶은 것. 그렇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도 온디맨드(on-demand), 대기시간 줄여주는 상품, 정시를 약속해 주는 서비스 등으로 확장한다.
단, 이 경우 어느 것 하나 깊이 없이 사는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은 있다. 지나친 속도 혜택 속에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인간이라면 '사색'할 줄 알아야 하는 일종의 여백이 필요하다고 책에서는 지적한다.
호모 프롬프트
영어로는 Homo Promptus(호모 프롬프투스)라 써놓고 한글은 호모 프롬프트로 소개한 건 솔직히 별로였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혜가 있는 사람(라틴어 sapio에서 유래)이라는 뜻이 있듯이 프롬프트를 쓰는 사람으로 '프롬프투스'라 해야 덜 어색하지 않았을까?
비판은 여기까지 하고... 이 챕터에서 말하는 주요 골자는 AI가 아무리 발달했어도 결국에는 메타인지(자아성찰)를 할 줄 아는 인간이 AI 작업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 역할은 계속된다는 것.
그렇지만 AI를 가동하기 위한 언어가 '채팅'처럼 익숙한 방식이 되면서 단숨에 인공지능 판도를 바꾼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서말한 분초사회처럼 시간과 속도가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 된 만큼, AI를 활용한 시간/비용 단축과 생산성 향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인간만 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인간적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도파밍
도파민을 느끼려고 다양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행위. 소위 자극제를 끊임없이 찾는 행위인데, 여기에는 1) 랜덤 상황이 선사하는 도파밍, 2) 상식 밖의 엉뚱함에서 만끽하는 도파밍, 3) 무모한 도전으로 즐기는 도파밍, 4) 기괴하고 가학적인 스트레스 뒤에 찾아오는 도파밍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냥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찾는다. 여기에는 급속도로 번진 SNS 숏폼 콘텐츠 유행이 일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과 달리 자극제 유형이 훨씬 시각적, 본능적, 직관적, 파격적으로 변했다.
우려 사항은 이런 짧고 강렬한 재미를 추구하는 행동으로 뇌가 즉각적인 보상을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팝콘브레인'이 되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간순간의 재미는 도파민이 필요하겠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소위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도 필요하고 이 둘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게 목표이다.
디토소비
'나도'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디토(ditto)를 합쳐 만든 말로, 나도 따라산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스타와 인플루언서를 따라 무작정 따라 사는 맹목적 추종이 아니라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시간이 아까운 사회, 소비 환경이 복잡해져만 가는 사회에서 직접 힘들이면서 상품을 알아보는 대신, 구매 의사결정을 내려줄 대리물을 찾아 추종하는 '디토소비'가 대안책으로 등장. 단, 여전히 무분별한 추종에 따른 과소비는 조심해야 한다. SNS속 과시 문화도 더욱 주의 필요. 최근 온라인 뉴스기사에서도 명품 구매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
- 사람 - 각 분야 전문가나 구독자 수 적어도 검증된 인플루언서, 취향 같은 일반인 등
- 콘텐츠 - 특정 드라마 컨셉 따라 하기, 영화 속 장면 따라나서기, 세계관 따라 하기
- 커머스 - 종합몰보다는 특정 카테고리만 취급하는 전문몰, 여기에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소비자 직접 참여 유도나 직관적인 경험 부여
그간 트렌드 코리아 2023, 2024 두 책 모두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공동체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주의는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등 다방면에서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고 정립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상품/서비스 모두 이런 개인들에게 어필하려면 천편일률에서 벗어나 개성화된 방식으로 어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슈라면 소외되는 계층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는 것. 다행히 책에서는 '돌봄경제'를 통해 기술의 발전으로 소외 계층을 돌보는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내 개성을 찾다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있으면 우르르 몰려드는 집단주의적 성향, 그리고 필연적으로 남들과 비교하고 서열을 정하고 싶은 줄 세우기 욕망은 없어지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극강의 효율과 재미 위주 추구하고 있는 요즘 사회에서 놓치고 사는 건 없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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