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멘터리 전쟁사에도 출연하고 다양한 전쟁, 역사 관련 저서를 출간한 임용한 교수가 쓴 책,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고수들>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인공 강감찬 장군도 다루고 있어 흥미를 가지고 접했다.
세계사에서 전쟁 영웅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책에서는 “2,000~3,000년 전 이야기가 현대에 적용이 되나요?”라는 의문에 “그렇다”라고 할 수 있는 대답을 설명하고자 14명의 명장을 대표적으로 골라 챕터별로 풀어 나간다.
전쟁 고수들의 공통점이란?
명장들의 일화를 하나씩 읽어보면서 정리되는 내용은 이들은 전부 통찰력이 남달랐을 뿐만 아니라, 전략과 전술에서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시를 꼽아보자면:
- 알렉산드로스보다 피루스 모두 둘 다 무력을 바탕으로 전장을 휩쓸었지만, 알렉산드로스가 전쟁에서 성공한 건 적과 아군의 장단점을 파악해 극적인 승리를 창출하는 힘이었다.
- 강감찬이 귀주대첩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개경 점령을 포기하고 퇴각하는 소배압의 잘못된 판단까지 염두한 전략적 승리였다고 한다.
- 처신의 귀재였던 살라딘은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줌으로써 존경과 권력을 얻는 법을 알았다. 돈으로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감히 돈을 썼고, 종교에 기대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았다.
- 영국의 흑태자 에드워드도 크레시 전투에서 승리로 얻은 교훈에만 의지하지 않고 유연한 전술적 판단력을 토대로 지휘하며 푸아티에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서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가?
책에서는 역사 속 인물을 살필 때 인물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모든 걸 모방해서는 안 되고, '지금 여기' 현실에 적용할 교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알렉산더가 뛰어난 지도자라고 해도 결국에는 많은 희생을 요구한 가혹한 정복자이기에 그의 행동에서 지금 현실에 적용할 교훈을 찾으라는 것.
다만 책에서 현대인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보이는데 매끄럽게 전달되지 않은 것만 같아 다소 아쉽긴 하다. 가령 알렉산드로스의 부하 에우메네스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내 스펙의 질은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 또는 '적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라, 발리앙의 협상은 현재까지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등등, 현대인이 알아두면 좋을 메시지를 전하는 건 맞는데, 어딘지 모르게 와닿지 않고 있다.
아쉬운 점
본문 중 다른 역사 자료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서 읽으면서 많이 아쉬웠다.
1) 자마 전투를 앞두고 스키피오가 한니발에게 최고의 지휘관이 묻자 한니발은 첫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둘째는 자기 자신, 셋째는 피루스라고 답하자 스키피오가 깔깔대고 비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료에는 이 대화가 한니발이 자마 전투에서 패하고 로마의 압박으로 카르타고를 떠나 셀레우코스 3세에게 망명한 당시 이뤄진 대화라고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한니발이 말한 저 답변은 한니발이 패하고 나서 이뤄진 거라 스키피오가 웃음을 터트려야 하는 상황이 맞다.
물론 책 챕터 하나를 차지하는 피루스를 소개하면서 예시로 든 일화인데, 책 내용만 보자면 마치 스키피오가 소인배 장군처럼 보인다. 웃음을 터트린 이후의 대화를 살펴보면
스키피오: 나를 꺾었다면 뭐라고 말했겠는가?
한니발: 그렇다면 나 자신을 알렉산드로스와 피루스, 그리고 다른 모든 장군보다 위대하다고 내세웠을 것이다!
라는 내용인데 이런 나를 꺾은 스키피오 당신이 대단하다는 카르타고식 돌려 칭찬하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2) 강감찬 챕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서로의 결사의 각오로 임했을 것이기에 전투는 팽팽하게 진행됐는데, 결국 소배압이 마지막 순간에 실수를 범했다. 언덕에 군대를 배치하고 자리를 지켰어야 했는데, 갑자기 강을 건너와 스스로 배수진을 쳤고 역시 배수진을 치고 있던 고려군과 대치했다.
논의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공신력은 없긴 해도... 나무위키에 인용된 <요사>를 보면 거란 장수들의 논의 끝에 거란군이 강을 건너 배수진을 치는 걸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 주력인 기병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강을 건너 평원에서 싸우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책 내용만 보면 소배압이 안절부절못해 강을 건너왔다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엔 소배압이 대패해 목숨만 건져서 돌아갔으니 실수가 맞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아쉬운 점 때문에 읽으면서 어라?하고 느낀 점이 여럿 있었다. 그래도 역사적 명장의 자질은 무엇이 있었는지 잘 정리한 책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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