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록테테스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하나인 소포클레스가 쓴 희극으로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 필록테테스 사이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 연극처럼 화자별 대사와 무대 배경을 읽어가면서 기승전결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전설적인 헤라클레스로부터 필록테테스가 받은 활과 화살이 없으면 트로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신탁을 받고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가 섬에 버려진 필록테테스로부터 활과 화살을 가져오려고 섬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사실 필록테테스가 섬에 버려진 이유는 바로 오디세우스 때문인데, 그가 뱀에 물려 상처가 곪고 괴성을 지르고 어쩔 방도가 없자 섬에 버리고 떠난 것.
오디세우스는 네오프톨레모스를 시켜 자기 이름을 팔고서라도 필록테테스를 속여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고 한다. 양심 있고 정직한 편인 네오프톨레모스는 이 계획에 의구심을 느끼지만, 오디세우스는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네오프톨레모스: 그럼 거짓말을 하는 게 수치스럽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오디세우스: 그래. 거짓말이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네오프톨레모스: 하지만 누가 감히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에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오디세우스: 행동에 득이 될 때는 아무것도 망설여선 안 돼.
네오프톨레모스는 결국 필록테테스의 환심을 사 활과 화살을 얻는 데 성공하지만, 네오프톨레모스는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의 명예에 금이 갔다며 잘못을 되돌리려고 필록테테스에게 무구를 돌려주겠다는 그를 두고 오디세우스는 '전 그리스가 널 가만 둘까?' 하면서 힘으로라도 그를 막아보려 하지만, 네오프톨레모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린다. 오디세우스는 그를 순순히 보내주는 대신, 몰래 상황을 지켜본다.
네오프톨레모스는 필록테테스에게 활과 화살을 돌려주면서 신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가 증오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그를 치료해 줄 사람에게 데려가는 것이라며 함께 가자고 설득하지만, 한 번 속은 필록테테스는 완강히 거부한다.
하는 수 없이 네오프톨레모스는 약속한 대로 필록테테스를 고향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이때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신탁 따르셈. 두 사람은 서로 잘 지켜주고. 오케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요약한 버전입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
필록테테스는 급히 마음을 바꾸며 연극은 종료된다.
갑자기 결말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고?라고 생각되는 이유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설정 때문인데, 그리스 희곡에서는 절대적인 존재가 뜬금없이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필록테테스> 희곡에서는 헤라클레스가 바로 그 예시로, 고집불통인 필록테테스를 한 번에 마음을 돌려놓게 된다.
개연성 무시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고대 그리스는 사람들이 다양한 신을 믿고 신의 개입과 신이 내린 운명을 당연시했기에 그 당시 사람들은 납득했으리라 생각한다.
본문을 다 읽고 나면 해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꼭 읽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인물별로 대표되는 본질과 작품 전반적으로 알리는 메시지를 친절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트로이 전쟁을 읽어보면 필록테테스가 화살로 파리스를 쏘아 죽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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