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썼으며, 사서(논어, 대학, 중용, 맹자) 중 한 권. 동양철학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책이고, 이번에 읽은 책은 사서오경을 비롯한 중국 고전 번역의 권위자인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가 쉽게 풀어 번역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중용을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 뭔가? 현대 사회에서 지킬 수 있는가? 등 자문하면서 읽었고, 원문 해석본과 옮긴이가 풀어쓴 해설을 왔다갔다하면서 읽다 보니 머릿속이 잘 정리되진 않았다. 쉽게 풀어썼긴 해도 내용을 곱씹으려면 앞으로 여러 번은 더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을 아래 정리했다.
덮어놓고 중간이 중용은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중간 입장만 취하는 미적지근한 사상으로 볼 위험도 있지만, 그게 중용이 말하는 철학은 아니다. 중용은 적극적인 것이다. 균형 잡힌 저울대처럼 물건 무게에 따라 저울추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데 여기서 물건이 바로 자기가 처한 자리, 저울추가 균형 있게 머무는 곳이 중용이 되는 것. 어떤 경우건 그때그때 가장 알맞고 적절한 도리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게 중용이라고 해석된다.
군자의 처신은 언제나 자기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것인데 신분의 높낮이, 주위 사정, 환난에 따라 그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다.
군자는 언제나 처지에 알맞은 중용의 도를 지키며 남이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편한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다. 책에서 뽑은 아래 인용구는 마치 '진인사대천명(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하게 처신하면서 하늘의 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짓을 행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으니, 올바로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그 자신에게서 그 까닭을 찾는 것이다.
정성스러움의 중요성
또 책에서는 '정성스러움'이 중용의 도, 즉, 군자의 도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중용을 이루는 데 거창한 기법은 필요 없이, 사람이 정성스러워지려 하면 조그만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소한 일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행동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면 다른 사람도 차차 알아볼 만큼 정성스러움이 뚜렷해진다.
많은 자기계발서와 부자 되는 법 알려주는 책에서 작은 습관부터 꾸준히 길들여라라고 알려주는 내용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인데,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작은 일부터 정성스럽게 실천하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중용의 도를 실천하는 건 자기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으로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 곧 집안에서의 화목, 형제간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쉽진 않다
책에서도 오랫동안 중용을 지키는 건 어렵다고 아예 못 박아 이야기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중용이 군자, 통치자가 갖춰야 할 덕목 위주로 설명하긴 해도 시의적절하게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은 일종의 처세술처럼도 보여서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사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의문이 든 생각 중 하나는, 책에서 예의 근본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친족들과의 화목에 있다고 해석을 달았는데, 가령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인면수심 부모, 배은망덕한 친족이나 친구, 갑질을 일삼는 최악의 상사여도 예를 갖추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정성을 쏟아부으면 손해 보고 살 게 틀림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중용은 요즘 사회와 맞지 않는 사상인 건가 싶었는데, 책 여러 군데서 읽은 내용을 종합해 보니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자기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 자의적으로 감히 해석하면, 상황에 따라 소신껏 행동하면 저런 예시에 드는 사람들에겐 예를 갖추겠답시고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니라 과감히 단절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 내가 싫어하는 건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남 눈치만 보며 기분을 맞춰줘서도 안 되는 것이고, 상대의 잘못을 정중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도 중용이다.
- 공자의 경우, 벼슬을 할 만하면 벼슬을 하고, 그만두어야겠으면 그만두고, 오래 머물러야겠으면 오래 머물고, 빨리 떠나야겠으면 빨리 떠난 사람이다. 그처럼 언제든지 알맞게 행동과 거취를 결정하는 게 바로 '중용의 도'를 따르는 것이다. 원칙을 세우고 소신껏 행동하는 것이지 기회주의적 사상은 아니라는 이야기.
이렇게 써놓고도 역시나 지키기 어려운 사상처럼 다가오는 건 변함없다. 다시 읽을 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내놓은 중용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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