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 투자의 대부,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쓴 책.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읽었을 만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라는 저서를 썼으며, 금리와 주식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는 달걀모형으로도 유명하고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10년 뒤에 깨어나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책 서문을 보니 그의 나이 93세 때인 1999년 2월부터 쓰기 시작해 그해 9월에 탈고했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서문을 쓰지 못한 채 영면했다고 한다.
책은 총 11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챕터마다 코스톨라니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느낀 점과 주요 요점을 정리해 보았다.
1. 90퍼센트가 심리학으로 이루어진 증권시장
증권시장은 언제나 불투명한데 투명하다면 더는 증권시장이 아니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언론의 해설과 보도는 혼란만 가중하는데, 대개는 주가지수가 먼저 변하고, 급히 만들어낸 이유들이 그 뒤를 따른다.
즉, 설명은 언제나 나중에 따라온다.
2. 돈의 매력
돈에 매혹되는 사람과 그 정도는 사람 성격마다 차이가 있다. 지갑에 지폐 몇 장만으로도 만족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내보이기 위해 돈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코스톨라니가 파리에 유학 갔던 당시, 화려한 도시 안에는 물건과 사치품이 넘쳐났지만, 이 파라다이스로 통하는 문의 열쇠(돈)를 갖지 못하면 아무리 가까워도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돈을 벌자.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을!'이라는 확고한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
3. 무지한 대중
코스톨라니가 말하는 증권시장 시세 결정 요소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 통화량과 신주 발행
- 심리적 요소(낙관주의 또는 비관주의 등), 즉 미래에 대한 예측
여기서 심리적 요소는 전쟁이나 평화가 시세를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 이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반응이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증권시장에서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끊임없이 돌고 돌며 순환적 시세를 움직이게 한다.
증권시장 순환은 조정국면 -> 적응국면/동행국면 -> 과장국면 이렇게 돌고 도는데, 책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는 과장국면에서 계속 매입하고, 조정국면에서도 시세가 저점을 통과했기에 계속 매입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관객으로만 머물며 시장 상황에 수동적으로만 대처하다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면 시장을 지배하는 행복감에 동행하기 위해 슬슬 준비를 차리라고 설명한다.
시세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몰려오고 시세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떠나는 군중 히스테리를 떨쳐 버리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해야 한다.
4. 공황-대중심리의 한 예
1987년 미국 증시 폭락을 대표적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금리 인상도 도화선이었지만, 프로그램 매매도 주가 하락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시세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낮은 지수계약 거래의 강제집행, 기관의 유가증권 완전매도, 대중의 소란 등이 1987년 폭락을 야기시킨 주요 요소이다. 주가 폭락은 손실이 현실이 된 투자자의 상태를 더욱 잘 드러내준다.
호황이 앞서지 않은 주가 폭락이 없고, 주가 폭락으로 끝나지 않는 호황은 없다.
5. 예언자, 교수, 그리고 도사로 자칭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소위 증권가 도사를 자처해 갖가지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런 예언에 주의를 아주 많이 기울여야 하며 이들에 대해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빠르게 잊어버리는데 투자 금액이 크면 클수록 더욱 진지하게 예언 따위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 한두 번 정확한 예측을 하면 그를 증권시장의 도사로 떠받든다.
일방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뉴스를 따라가는 것은 증권시장에서는 완전히 미친 짓이다. 투자자는 폭넓게 생각하고 멀리 보아야 한다.
6. 증권시장과 그 나머지 세계
정치가 증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다. 금리정책, 조세정책, 우파 vs. 좌파같은 정치적 흐름은 투자자 심리와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적 상황과 국제발전, 국제수지, 무역협정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증권인들은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심리적 기본관점에서 해석하려 한다.
반대로 증권시장의 발전이 정치, 경제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특히 증권시장이 행복감에 넘쳐나는 시기에 확실히 감지된다. 언제 어디서나 투자 이야기만 하고 정보들을 교환하고 특정 주식에 대해 분석하고, 증권인이라는 직업이 존경이 대상이 되는 이 시점에 투자자들은 무조건 하차해야 한다고 코스톨라니는 말한다. (1961년, 1962년 겨울 월스트리트를 예시로 들며)
7. 나의 증권시장 동물원
크게 곰(시세하락 투자자)과 황소(시세상승 투자자)로 분류되는 투자 스타일을 말하고 있다. 아래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
- 비관론자, 고리대금업자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 구두쇠형, 모든 위장병 환자 및 늘 기분이 나쁜 사람들. 이들은 타고난 하락장 투자자이다.
- 낙관론자, 방탕자, 모험가, 낭비가 및 경솔한 사람, 하늘에서만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는 낭만적인 사람들(그들은 자신의 돈을 곧장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들은 언제나 상승장 투자자이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증권인들은 그들의 주식이 몇 포인트라도 올라갔을 때 얼굴을 찌푸리는 보기 흉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윤을 냈을 때는 이야기를 하고 잃었을 때는 침묵을 지킨다. 그들은 모든 것을 예견했다는 듯이 이런 말을 반복한다. "내가 전에 그렇게 말했잖아!"
8. 기업가, 고객 및 다른 슬라브인들
코스톨라니의 사적인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는 장이다. AT&T와의 악연, 거대 기업과 가졌던 유쾌하지 않은 경험, 중개인으로 일할 당시 접했던 다양한 고객 등. 자신의 말을 도무지 듣지 않는 몇 가지 고객 사례를 들며 자신에게 최고로 편안한 고객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는 브로커나 은행원에게 절대 조언과 생각을 구하지 않고, 누군가 자신에게 어떤 암시를 속삭이면 '정보는 곧 파멸이다'는 신조를 되새기며 정반대로 행동한다고 하며 끝맺음한다.
9. 작은 증권시장 심리학: 미신, 우상숭배, 도박벽
많은 투자자들이 미신과 우상에 귀를 기울이고, 코스톨라니 자신도 일종의 징크스 같은 미신과 부적(항상 지니고 다니는 작고 투명한 십자가)을 믿었다고 실토한다. 숫자의 마술과 달력같이 반복되는 것의 의미들을 믿는데 대표적으로 '13일의 금요일', '마녀의 날'이라는 게 있고, 선물투기 대상에서 모종의 관계를 찾는가 하면 나중에는 성장률이 새로운 우상이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스톨라니는 차트 분석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각종 차트 형태에 현혹되는 건 "돈을 죽이는" 행위라고까지 말한다. 이와 함께 엘리엇 파동이론도 커피 내리고 남은 찌꺼기로 점치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차트를 통해 사람들은 어제가 어떠했고, 오늘이 어떠한지를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다. 오늘까지의 가격곡선은 진실이다. 그러나 내일부터의 가격곡선을 앞당겨 그린다면 그것은 좋건 나쁘건 허구이다.
코스톨라니는 같은 날 매수해 같은 날 매도하는 투기꾼을 증권시장의 기생충이라며 경멸해도 그들 없이는 증권시장이 증권시장이 아니며, 증권시장 없이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은 결코 존속할 수 없음도 인정한다. 그들이 있기에 매출액과 유동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10. 미련한 사람들의 가치
코스톨라니는 자신이 젊었을 때 만났던 어느 80세 주식투자자의 말을 기억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모든 증권 시세는 단지 주식들이 바보들보다 많은지, 또는 바보들이 주식들보다 많은지에 달려 있다."
상대방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처럼 행동해 경쟁구도를 벌이는가 하면, 배운 학문을 가지고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가는 박식한 바보도 있기 마련이다.
11. 어떠한 증권시장도 똑같지 않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다양한 증권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과거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잇고 있는 빈, 규모는 작은데 매우 거대한 취리히,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스톡홀름 증권시장 등등... 유럽 증권시장이 폐장하면 뉴욕이 개장하고, 월스트리트가 저녁을 맞이하면 바다 건너 도쿄의 증권시장이 열리고... 오늘날 글로벌 증권시장은 태양이 절대 지지 않는 하나의 제국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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