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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망상> 요약/후기 -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

명상회상공상 2023. 5. 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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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론가이자 경제사학가로 활동하는 윌리엄 번스타인이 쓴 책으로 그는 투자 세계에 입문하기 전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며 인간 심리를 분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통해 집단 광기의 흑역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인간 본능의 실체를 통찰하고 있다. 

군중의 망상
책표지

그래서인지 '인간의 비이성적 본성이 집단 속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한다'는 사실을 주장한 찰스 맥케이의 문제작 『대중의 미망과 광기』의 현대판이라는 찬사를 얻었다고 한다.


번스타인이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중요한 주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이다.
  •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인원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사실과 수치대신 어떻게 서사에 무의식적으로 빠져들고, 그래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타인을 악마화했는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들면서 설명한다.

책에서 나온 대표적 예시로는 재세례파의 득세, 종말론을 필두로 미국 사회에 다양하게 나타난 기독교 집단, IS의 등장 등 주로 종교적 사례가 많이 나온다. 마치 역사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겠지만, 배경 지식이 없거나 관심 없는 분야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경제, 투자와 관련된 내용은 1929년 미국 대공황, 남해회사, 영국 철도 버블, 닷컴 버블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 이 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 외 깊이 와닿은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훌륭한 서사는 정확한 사실보다 영향력이 크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느니 이야기로 호소하는 게 월등히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허구적 서사는 사실 분석 과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마치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인간은 허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췄다'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허구적 서사를 이용해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2015년 미국공화당 예비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를 잘 보여주었다. 벤 카슨이 팩트 위주의 수치 설명을 내놓은 반면, 트럼프는 "자폐증이 전염병처럼 퍼져가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자폐증이 생긴 어느 노동자의 예쁜 아이" 사례를 전하며 시청자를 어필함

2015년 미국공화당 예비토론회 당시 트럼프와 카슨 후보
2015년 미국공화당 예비토론회 당시 트럼프와 카슨 후보


왜 종말론 장사에 넘어가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설득력 있는 허구라는 점 외에도 인간은 언제나 비극과 나쁜 소식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도 한몫한다. 나쁜 뉴스(가짜 뉴스도 많다), 부정적인 뉴스에 경도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확률도 높다. 나쁜 소식을 선호하는 인간의 편향성은 심리학적으로도 알려졌다고 한다. 

설령 엉터리 숫자맞추기, 신비주의로 내세운 종말론이 가짜라 해도 일단 하나의 가설이나 신념 체계에 집중하면 그 가설에 부합하는 데이터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데이터는 회피한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오류도 한몫한다. 바꿔 말하면 일단 뭔가에 하나 꽂히고 나면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뜻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IS)도 이슬람 종말론의 크고 작은 징조를 긁어 모아 합리화하며 강렬한 종말론적 서사를 전파했고, 서구적 권력을 싫어하는 청년을 크게 매료시킨 듯하다. 


투자 광풍, 이로 이어지는 금융 버블의 전조라 할 수 있는 네 가지 특징이란?

  1. 사람들의 일상과 사교의 모든 대화를 장악한다. 하룻밤 사이 거부가 됐다는 이야기, 병원 환자들이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보다 주식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등...
  2. 적지 않은 수의 유능하고 점잖은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전망 좋은 직업을 포기하고 전업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는 현상
  3. 경기 비관론자에게 가해지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 (폴 M. 워버그는 1920년대 후반 임박한 재앙을 포착하고 사명감으로 대중에게 경고했으나 무시당하고 비난만 받음. 그는 주가가 합리적인 평가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급증한 대출금 때문에 방만한 투자가 난무하게 됐다고 비판함)
  4. 극단적인 예측이 출현한다(스페인이 신대륙 무역 독점권을 영국에 기적적으로 양도할 것이라는 남해회사의 예측, 100파운드 투자로 연간 수백 파운드 배당금을 받을 것이라는 사기 등등)

이러한 현상은 영국 철도 버블부터 1920년대 대공황을 거쳐 인터넷 버블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발견된 현상이고, 투자 열풍을 주도한 게 당대 최고의 신기술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러한 버블이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인가? 저자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한 가지 예시로 꼽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부는 생성형 AI 열풍도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긴 하다. 메타버스는 이미 한물간 것 같으니...)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을 투자에 접목하자면 버블의 징조를 파악해 휘둘리지 말고 시장과 반대로 행동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반대매매를 하라는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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