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가 쓴 책으로 자본주의가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에서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책.
자본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다고 해서 시중에 많이 보이는 돈의 XX, 부의 XX, 자본의 XX 등 재테크와 자기계발책이 절대 아니다. 부자되는 비결, 법칙 알려주는 책과는 결이 다르게 오히려 자본주의에 관한 일종의 보고서 같은 책이다.
자본주의의 실태를 보고 핵심을 추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소유권과 재산권
서구 국가들이 이것을 법 체제로 체계화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소유권과 재산권은 서구권 선진국에서는 그나마 보장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어떨까?
3장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요약해보면: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 발전이 이루어져 많은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 이주민들은 합법적인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살아간다. 온전히 소유권을 펼칠 데도 없이 불법 거주민으로 살고, 불법적인 경제활동영역만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사회적인 의도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려는 평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법행위일 뿐이다.
만일 법 체제에 따라 사유지를 매입하고자 한다면? 책에서는 단적인 예시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이집트에서는 14년 동안 31곳의 관공서와 사설기관을 통해 77단계나 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아이티에서는 무려 19년에 걸쳐 176단계에 이르는 절차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는?
독립전쟁~서부개척시대에 이르기까지 무단점거자와 합법적인 체제와의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법안을 만들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혼란만 가중시켰다. 법 체제는 재산권을 보장받고 무단점거자 딱지를 떼려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장벽이었다. 그들의 소유권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게 그 지역 통상 관례나 관습에 기초하고 있기에 기존 관습법과 형평법은 통하지 않는다. 오랜 여정 끝에 1862년 한 토지에 5년간 정착해 개발하면 160 에이커를 무상으로 준다는 홈스테드법이 통과되어 상징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정착민들이 제정한 수많은 불법적인 규약을 포용해 합법적인 체제가 소수를 위한 예외를 두지 않고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운영되는 법규로 자리 잡음.
미국의 사례에서 개발도상국과 과거 사회주의국가가 얻을 교훈은?
정치적인 태도 변화와 광범위한 법 체제의 흐름. 미국은 오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때만 합법적인 체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혁신적인 견해를 밝혔다. 개발도상국과 과거 사회주의국가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재산 체제가 있지만, 지하경제에 의존하는 많은 인구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뿐더러 엉망이고, 이런 체제를 활용해 재산을 차지한 엘리트층이 버티고 있다. 엘리트층만 법 체제 안에서 자본주의를 즐길 뿐.
...명시화의 기술은 근대사회의 초석이다. 글과 전자화폐, 사이버 기호와 재산문서를 아무리 비난하고 혹평한다고 해도 결코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명시화 체제를 더욱 단순하고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법적인 차별정책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은 종 모양 단지의 내부에 머무는 사람들의 손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소유권과 재산권의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재산을 문서화, 즉, 명시화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그들이 보유한 노동력과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합 체제를 시행하는 건 크나큰 정치적 과제다. 기득권층이 과연 움직여줄지는 의문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자신이 맹목적인 자본주의 광신도는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 배려와 자유, 사회계약과 동등한 기회에 대한 존중을 주며 대규모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주는 유일한 체제라고 주장한다.
기타 후기: 자본주의에서 명시하고 보장하는 소유권과 재산권은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체제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건 어쩌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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