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치권과 경제계는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통화 팽창이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개념을 고수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태도로 인해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다. 역사가(그리고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돈의 가치를 무너트려서 부를 일군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돈의 가치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의 부모 세대는 그들보다 훨씬 적게 벌고도 집을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왜 정작 사회 초년생들은 집세 내기도 빠듯한 처지일까? 주요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단순히 물가 상승으로 규정해서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가격의 의사소통 방향 제시 방법을 설명했는데, 바로 시장은 사회 필요와 욕구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할당한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가격 왜곡' 현상과 관련이 있다.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화폐적 인플레이션 vs. 비화폐적 인플레이션이란?
화폐적 인플레이션 | 비화폐적 인플레이션 |
돈이 가치를 잃을 때 발생하는 가격의 왜곡 예: 2000년 60만 달러에 산 집이 2021년 93만 달러에 판매 되지만, 정작 93만 달러로는 기존의 집과 비슷한 수준의 집 매입하기 어려움 화폐 착각(money illusion)인데,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왜곡된 가격을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해하지 않고 현실 세계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향 |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수요-공급 변화가 광범위 물가 상승 초래. 예: 흉작으로 인한 곡물 생산량 감소 때문에 가격 상승. 정부가 시장 개입해 인위적으로 공급 부족 일으킬 때도 발생. 임대료 통제, 최저임금 인상 모두 물가를 올리고 CPI에 영향 줄 수 있다. 비화폐적 인플레이션은 단기적 현상으로 어떻게든 결국엔 해결되는 경향이 있다 |
화폐 가치 하락 시도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
- 로마제국 황제 네로는 사치에 쓸 돈을 마련하려고 은화에 구리를 섞어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낮췄고, 군인들이 폐물 은화대신 현물만 급여로 받기에 이르는 지경이 되었다.
- 중국도 9세기 초반 종이 화폐를 잠시 사용했으나, 지배 세력이 수 차례 바뀌고 하이퍼인플레이션도 발생하면서 종이 화폐에 불신을 가지게 되어 다시 구리/은화로 돌아가 향후 500년 동안 사용했다
- 영국 왕 헨리 8세도 통화 대개악을 실시해 자국 주화의 은 함량을 줄여 사치와 전쟁 자금을 조달했고, 그 결과 밀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 프랑스도 루이 14세의 과도한 지출로 국가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존 로(John Law)였는데, 북미를 개발하고 부를 이용한다는 미시시피 계획으로 프랑스의 지불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했다. 이 무역을 독점하려 세운 회사는 종이 화폐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으나, '미시시피 거품'이 터지면서 통화 가치는 바닥을 쳤고, 주식 시장은 붕괴했다. 화폐의 신뢰성이 떨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화폐 찍어내기가 무작정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가?
아니다.
돈이 풀려도 수요가 충분하면 없다. 미국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겪으며 1775년~1900년 본원 통화는 약 163배나 증가했다. 오늘날 미국 달러는 주요 국제 통화로 자리 잡았고, 달러가 자국 통화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달러 수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의 가공할 불평등 - 부익부 빈익빅
인플레이션을 스텔스 세금이라고 많은 경제학자가 비판한다. 소득은 안 오르는데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은 올라 소득을 갉아먹게 되는 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저소득층은 타격을 입는데 전문지식을 갖춘 개인과 기업, 금융기업이 뜻밖의 이익을 얻는다.
인플레이션이 주는 악영향
사회적 신뢰 훼손 - 상호 합의된 통화 가치가 뒤흔들리면서 시장 행동과 인간관계가 왜곡된다. 주변에서 드러난 불공정과 불평등에 분노해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고대 로마에서는 데나리우스 가치 하락 책임을 기독교인에게,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하이퍼인플레이션 겪을 때 유대인에게 책임을 문 것처럼. 가장 최근 사례는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부자들과 상위 1%를 겨냥해 진행되었다
사회의 질적 저하 - 경제 악화, 지출 감소, 인상된 세금에 대한 분노로 도덕적 의무감 저하 및 탈세 급증. 이런 현상은 때때로 사회적 대격변의 도화선이 되곤 한다. 아랍의 봄을 촉발한 2010년 튀니지 거리 집회는 주로 식료품 가격 폭등이 원인이 되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전역은 강타한 인플레이션의 결과로 다양한 독재자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는 빈번히 통화 평가절하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만,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는데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대개 통화 가치가 손실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에 원인을 돌린다.
- 예시: 아르헨티나 자본 통제 정책 실패, 튀르키예 먹거리 테러리스트에 대한 철퇴, 베네수엘라 무제한 화폐 발행, 닉슨 쇼크
- IMF가 주로 처방한 긴축 정책(세금 인상, 초고금리, 정부 지출 삭감, 통화 가치 평가 절하 강화 등등)은 오히려 아시아 국가, 러시아에 재앙을 초래했다. 러시아 경제 혼란과 루블화 가치 하락은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대책이 있을까?
매우 단순한데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면 그만이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할 때 정부가 통화 지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가치 유지 뜻을 분명히 한다. 방법은 본원 통화를 축소, 즉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어떻게? 1) 외환 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매수. 단, 매입한 자국 통화를 싼 값에 자국 경제에 풀어놓으면 통화 공급이 줄어들 일이 없어 외환 개입은 대개 실패한다 2) 국채를 자국 통화와 교환하여 판매하는 공개 시장 조작
시장 지향 정책을 수립해 돈에 대한 욕구와 함께 팽창하는 경제로 통화 가치 부양시키고, 불안정한 경제를 이지 머니로 자극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든다.
인플레이션에서 우리 돈을 지키는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가?
- CPI, PCE 지수 보기(단, 물가에 초점을 맞추기만 하고 물가 상승 부담에 따른 소비자 행동 변화는 놓친다)
- 금, 은, 석유, 밀 등 원자재 가격 보기
- 원자재 기반 주식 & ETF 투자하기
- 고수익, 고배당 주식 찾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는 배당 귀족(Dividend Aristocrats) 종목 목록을 매년 발표한다.
- 은퇴 포트폴리오(장기 투자), 비은퇴 포트폴리오(위험성 좀 높음) 구분해서 투자. 예를 들어 은퇴 포트폴리오는 S&P500 인덱스 펀드 계속 투자하는 식으로
- 부동산 또는 리츠(REITs) ETF 찾기. VNQ, REET 등 인기 리츠 ETF가 있다
-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화폐가 안정되고 있을 때 원자재 관련 자산은 상승세를 멈추거나 폭락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끝나는 시점이 원자재 자산을 매각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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