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에스파냐 정치가이자 우화 작가 돈 후안 마누엘이 쓴 우화집에 있는 48가지 이야기를 엮은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에스파냐 버전 이솝 우화라 할 수 있는 책으로 이야기마다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책 전개는 주인공 루카노르 백작이 그의 조언자 파트로니오에게 ‘내가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는데, 혹은 어떤 일을 할 건데 조언 좀’이라고 말하면, 파트로니오는 어떤 사례 하나를 비유로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야기 마지막 부분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한지 알려주는 교훈을 싣고 있다. 교훈 하나하나가 현대사회에서도 통하는 내용을 전달하게끔 이야기와 잘 어우러졌다.
어떻게 보면 우화가 전하는 교훈은 인생 처세술과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책 제목이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로 정해진 걸 생각해 보면 내가 선택한 행동이 나의 선악을 결정한다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이해되기도 했다.
책에서 나온 몇 가지 교훈을 예시로 작성했다.
하늘을 나는 두 마리 새보다는 내 손 안의 한 마리 새를 더 소중히 여겨라.
선은 항상 선한 행동으로 악을 이긴다. 못된 자는 상대해 봤자 그 무엇으로도 이로울 게 없다. 그와 멀어져라.
우연히 닥친 불운 앞에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태풍을 막아서야 모든 것을 얻는 건 아니다.
우화답게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고, 시대상을 반영한 듯 당대 유명 인물이 예시로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사자심왕 리처드 1세가 적을 치기 위해 함선에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내린 이야기로, 실제로 리처드 1세가 야파 요새를 구하는 상륙 작전에서 배가 정박하기도 전에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야파 전투를 각색한 내용처럼 보였다.
아쉬운 점으로는 자잘한 오탈자와 오류를 꼽을 수 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다양한 사례를 알 수 있다.
아래 예시에는 없지만, 페르난 곤살레스라는 이름을 소개하면서 괄호 안 텍스트가 진짜로 (Fern?n Gonz?lez)로 표시된 부분도 있었다.
아래 내용은 갑자기 스파이 까마귀를 이야기하다가 까마귀와 부엉이를 뒤바꿔 가리키기도 했다.
겉표지를 넘기면 ‘제한된 시간에 최소한의 매무새만 갖췄다. 부족함을 무릅쓰고 출간한다’는 독자에게 전하는 말이 있었는데 독자에게 좋은 이야기들을 빨리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 얼른 책을 내놓게 되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물론 위 오류들이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개정판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이 말끔히 해결되면 좋겠다. (스노우폭스북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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