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존재하는 세상. 누구나 패자의 삶은 원치 않듯이 승자가 보여준 전략과 지혜를 접할 수 있는 게 전쟁사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갈리아 전쟁부터 내전기, 이집트와 히스파니아 전기를 모두 다룬 책이지만, 갈리아 전기 부분을 먼저 읽고 이 포스팅을 남긴다. 갈리아 전기 제1~7장은 카이사르가 직접 쓰고, 나머지 제8장은 다른 인물이 썼다고 알려졌다. 갈리아 전기를 쓰면서 카이사르는 3인칭을 쓰며 객관적인 기록처럼 보이게 하여 독자에게 업적과 이름을 각인시키는 방법을 썼다.
제1장
헬베티족의 대이동,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군과 헬베티족 사이 전투에서 로마군의 승리.
게르만족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갈리아 부족들의 의견을 듣고 카이사르는 게르만족 일파인 수에비족을 몰아내려 한다. 하지만 수에비족 지도자 아리오비스투스는 카이사르의 경고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게르만족은 패배를 모르고, 훈련을 잘 받았고, 14년 동안 지붕도 없는 들판에서 살며 강인하다는 이유였다. 로마군 사이에서도 게르만족의 엄청난 전투 실력과 용맹함, 야만성에 대한 소문이 퍼져 크게 동요했으나 카이사르는 군사를 꾸짖으면서도 로마군이 이긴 적 있었고, 그들은 비열한 방법으로 갈리아를 점령했다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전투가 벌어지자 게르만족은 패배하고 아리오비스투스는 도망쳤다.
제2장
벨가에족을 포함한 다른 갈리아 연합군 제압. 네르비족 제압. 네르비족은 야영지를 차리던 로마군을 기습해 허를 찔렀으나, 로마군이 워낙 경험이 많은 탓에 무력화되었다. 좌익과 중앙에서는 로마 군단(legion)이 적을 패퇴시켰지만, 열린 공간이 많았던 우익에서 싸우던 7군단과 12군단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특히 12군단 백인대장 다수가 전사했다. 카이사르는 병사 한 명에게서 방패를 받고 병사들을 이름으로 부르며 사기를 끌어올렸고, 대열을 넓게 펴도록 지시하자 좀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다. 후방 군단까지 합류하고 적을 패퇴시키던 군단도 돌아오면서 네르비족은 대패했다. 카이사르의 지휘력이 돋보이는 전투.
카이사르는 네르비족을 도우려고 했던 아두아투키족도 정벌하려고 높은 성벽으로 에워싸인 그들의 성채로 쳐들어갔다. 이들은 멀리 떨어진 방벽 뒤에서 공성탑을 제작하던 로마군을 보고 비웃었으나 공성탑이 통째로 이동하는 걸 목격하자 난생처음 본 광경에 경악하며 즉시 항복하고 무기도 전부 바쳤다. 그런데 로마군이 방심한 줄 알고 숨겨둔 무기를 꺼내 로마군을 습격했으나 미리 대비한 로마군에게 격퇴되었고, 나중에는 성채가 함락되어 배반의 대가로 53,000명에 달하는 주민이 노예로 팔려나갔다.
제3장
알프스 지역 부족을 정복하고 통행료를 얻고자 세르비우스 갈바에게 12군단 지휘를 맡겼다. 하지만 겨울 숙영지를 세울 때 갈리아 연합군의 공격을 받았다. 필사적으로 방어하던 12군단은 절박한 순간에 문을 열고 역공을 가하는 전략을 펼쳐 갈리아군을 패퇴시켰다.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머물 수는 없어서 군단을 이끌고 안전한 지대로 퇴각. 카이사르는 대서양 연안 부족을 정벌하러 나섰다. 해전이 벌어졌는데 갈리아족 함선은 로마군 갤리선보다 훨씬 높아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러자 로마군은 장대에 갈고리를 달아 갈리아족 함선 돛을 찢어 기동력을 무력화하고, 여러 대가 달라붙어 승선에 제압하는 방식으로 싸워 이겼다.
제4장
게르만족이 라인 강을 건너 침입, 카이사르는 이를 격퇴하고 역으로 라인 강을 건너 게르만족을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게르만족은 숲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고, 카이사르는 추격하는 대신, 우비족이라는 게르만족으로부터 협조를 약속받고 돌아왔다.
제1차 브리타니아 원정 시작. 해안가에 상륙하려던 로마군을 브리타니아군이 해안가를 따라 방해했으나, 치열한 전투 끝에 로마군은 이들을 물리치고 상륙했다. 그러나 로마군은 이 지역 조수 간만을 잘 몰랐고, 해안가에 물이 차오르고 설상가상으로 폭풍이 불어닥쳐 많은 배가 난파되어 항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리타니아군은 로마군을 공격했으나 카이사르는 이미 대비한 상태라 격퇴할 수 있었다. 패배한 브리타니아군은 원래 강화 체결 조건에서 볼모를 2배 보내야 한다는 카이사르의 요구를 들어주며 강화에 응했다. 선박 수리를 마친 카이사르는 갈리아로 돌아갔다.
제5장
제2차 브리타니아 원정. 1차 때보다 훨씬 커진 규모에 브리타니아족은 해안가에서부터 막을 엄두도 못 냈다. 대신 브리타니아군 지휘관 카시벨라우누스는 로마군이 흩어져 있을 때만을 노려 치고 빠지는 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쳐 로마군을 괴롭혔다. 이에 카이사르는 카시벨라우누스의 영토에 직접 쳐들어갔고, 이 부족을 적대하던 트리노반테스족과 강화를 맺어 카시벨라우누스가 가축과 사람을 모아놓은 장소를 알아내 공격했다. 본진이 털리자 그는 로마군이 상륙한 해안 진지를 공격하게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하자 카이사르와 강화 조약을 맺었다.
갈리아에서는 암비오릭스를 위시한 갈리아군이 14군단의 겨울 숙영지를 습격했다. 14군단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순순히 보내주겠다는 암비오릭스의 말을 믿고 질서 없이 철수를 시작했다가 급습받았고, 14군단장 사비누스는 회담을 요청했으나 암비오릭스는 의도적으로 회담을 질질 끌다가 사비누스를 비롯한 많은 장교를 살해했다. 나머지 14군단도 공격받으며 대부분 전멸했고, 극소수만 라비에누스가 있는 숙영지에 당도하여 로마군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키케로가 지휘하는 숙영지는 네르비족의 공격을 받았는데, 철수하게 해주겠다는 네르비족의 꼬드김에 키케로는 넘어가지 않았고, 밤낮으로 공격을 버텨내며 카이사르에게 구원 요청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카이사르가 2개 군단을 이끌고 나타나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허둥지둥 진지를 구축하라고 명령하자 네르비족은 이에 속아 진지 가까이 접근했는데, 그 순간 로마군은 일제히 진지 밖으로 뛰쳐나와 기습하며 수가 훨씬 많은 네르비족을 격퇴했다.
제6장
로마군의 반란 부족 토벌 시작. 암비오릭스가 있는 부족도 쳐들어갔으나, 암비오릭스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숲으로 도망쳐 버렸고, 그 후로 남겨진 기록이 없었다. 반란 부족을 도우려 한 게르만족도 토벌하려 했으나 게르만족이 숲 속으로 숨어들어버리자 다시 철수했다. 이 장에서는 갈리아인과 게르만인 풍습, 지형 특성과 숲에 사는 동물에 관해 소개하고 있었다. 갈리아인에는 드루이드와 전사 계급이라는 두 가지 영향력 계급이 있다거나, 게르만족은 농업엔 신경 쓰지 않고 사냥과 혹독한 훈련에 관심 있다는 등.
제7장
베르킨게토릭스의 갈리아 부족 통합. 카이사르도 이에 대응하려고 곳곳에 흩어진 10개 군단을 모았다. 때가 겨울이었고, 카이사르에게 복종하던 갈리아 부족 모두 등을 돌리자 식량 조달이 어려워진 로마군은 도시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충족해 나갔다. 베르킨게토릭스는 청야 전술로 이에 맞섰다. 아바리쿰이라는 도시는 청야 전술에 응하지 않았는데 굶주림과 악천후, 질병에 시달리던 로마군은 이 도시를 기어코 함락시킨 다음, 도시 내 주민을 학살했다.
게르고비아를 공략하려 할 때 그나마 협조하던 아이두이족마저 배반하려 든다는 걸 알고 철수하기로 결심했으나, 물러나는 게 패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카이사르는 한 차례 기습을 가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철수 신호를 듣지 못한 로마군 일부가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베르킨게토릭스가 로마군이 짐을 싣고 행군할 때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모두가 동의했다. 갈리아군은 기병대를 3부대로 나누어 2부대는 로마군 측면을, 1부대는 행군을 방해하려고 공격했다. 로마군도 이에 응수했고, 카이사르가 고용한 게르만 기병이 갈리아 기병을 패퇴시켜 베르킨게토릭스가 거느린 보병대까지 밀고 올라갔다. 기병이 모두 패배하자 베르킨게토릭스는 알레시아로 퇴각했다. 그러자 카이사르는 알레시아 주위에 방벽과 해자, 함정을 설치해 알레시아를 말려 죽일 심산이었다. 이때 알레시아를 구원하려고 대군을 끌고 방벽 밖에서 나타났다. 여기에 알레시아 농성군까지 가담하면서 로마군은 2중 포위전을 치러야 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알레시아 전투. 하지만 탄탄한 방어시설, 로마군의 전투와 무장 수준, 카이사르의 유연한 지휘력으로 로마군은 세 차례 공격을 모두 막아냈고, 결국 베르킨게토릭스는 알레시아에서 나와 항복했다.
제8장
알레시아 전투 승리 후 아직도 저항하는 부족을 제압했다. 가이우스 카니니우스라는 부관은 옥셀로두눔에 있는 카르두키족을 정벌하러 나섰는데 이곳은 험준한 바위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로마군은 부대를 세 개로 나눠 높은 고지를 차지하고 방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갈리아군은 알레시아에서 겪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병사들을 내보내 식량을 가져오게 했으나 이마저도 로마군에게 발각되어 실패했다. 카이사르도 나중에 직접 지휘하러 찾아왔는데 갈리아군이 물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 강가를 지키고, 샘으로 향하는 길목에 거대한 언덕을 쌓고 그 위에 탑을 세워 원거리 무기를 퍼붓고, 나중에는 아예 땅굴을 파서 샘 원천까지 끊어버려 항복을 받아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초의 인간> 요약/후기 - 어른이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3) | 2025.04.29 |
---|---|
<지금은 없는 이야기> 요약/후기 - 차별과 부조리를 다룬 우화 (9) | 2025.03.25 |
<호모 데우스 3부 -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요약/후기 - 인간에게 주어질 미래는? (4) | 2025.03.01 |
<호모 데우스 2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요약/후기 - 인간은 최고의 스토리텔러 (10) | 2025.02.06 |
<호모 데우스 1부 - 호모 데우스 세계를 정복하다> 요약/후기 - 인간이 최강의 동물이 된 이유는 바로 이것 (3) | 2025.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