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서울에서 5월 24일~10월 20일까지 열리는 리얼 뱅크시 전시회에 가서 많은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유명한 뱅크시는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그림으로 풍자해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고, 게릴라식으로 도시 여기저기에 작품을 남기며 활동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 하나에 대한 소감을 남겨봤습니다.
바로 '네이팜'이라는 제목의 아래 작품이었습니다.
뱅크시의 작품 중에서는 사진이나 고전 그림을 해학적으로 풍자해 만든 작품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천안문 사태 때 탱크 앞을 가로막은 사람 손에 GOLF SALE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게 하거나, 여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대신 SALE ENDS TODAY라는 사인을 두고 슬퍼하게 하는 등...
여러모로 재치를 보이는 가운데 이 작품만은 그런 가벼운 분위기는 싹 걷어내고 가슴 아프면서도 충격을 주는 작품이었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감상했습니다.
위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모티브가 된 원작 사진도 작품 우측에 걸려 있었는데,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으로 네이팜탄의 공포를 피해 발가벗고 도망쳐 나오는 소녀의 공포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네이팜이라는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건 소녀 양옆을 붙들고 있는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 마스코트입니다. 이들은 소녀의 겁에 질린 모습과는 정 반대로, 웃는 얼굴로 소녀의 양팔을 붙들고 있는 게 기괴할 정도였습니다.
베트남을 네이팜 폭격으로 초토화한 것도 미국이었다면, 위로를 가장한, 그러니까 무력을 쓰지 않고 소녀의 기분이 어떻든 미국 소비의 상징과도 같은 저 두 캐릭터를 앞세워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 자본주의를 풍자하려 했던 걸까요?
병주고 약주고라는 말이 떠올랐으나, 그마저도 이 작품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은, 원작 사진에서 네이팜탄으로 인한 물리적 공포,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미국 자본주의의 의도로 풍기는 또 다른 공포 두 가지가 완벽하게 병치(juxaposition)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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